목차
1. 지적학 관련
나는 서울 소재 대학의 지적과를 나왔다. 그래서 안다. 사실, 지적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지만 지적학은 학문으로서의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 한국 국토 정보 공사 연수원 내의 교수들이나 관련 학과의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다루는 사람이 없다시피한다. 또 학문의 발전이 사회에 가져다줄 이로움도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몇 년간 "공간 정보의 도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적을 바탕으로 연구되고는 있으나 단지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정도이지 과거 사료들을 살피거나 검증하는 경우는 없다. 드론 측량이나 디지털 트윈, 좌표계, 지적 재조사, 공간 정보 사업 관련 또는 3차원 지적을 주제로 꽤 많은 연구들과 논문들이 쏟아지는 데 반해 지적 그 자체를 주제로 한 논문들은 거의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추세이다. 즉, 죽은 학문이라는 말이다.
1-1. 그렇다면 나는 왜 지적학 관련 글을 쓰는가?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나의 아쉬움에서 비롯되었다. 대학교 첫 입학부터 공사, 공무원을 거쳐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 입사까지 어언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만큼 지적이라는 것을 오래 붙잡고 있었고 이 학문의 빈틈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꽤 깊게 한 편이다. 관련 서적에 쓰여있는 단어들이 이해가 안 되면 백과사전을 살폈고 옥편까지 들고 다니며 공부했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들은 외워지지가 않더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 준비생들 사이에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이해하려고 하면 장수한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외워라." 나는 이해하려고 했기에 수없이 떨어졌고 오랜 기간 공부해야만 했다.
1-2. 제목에 '리포트'가 들어가는 이유
내가 제목을 이렇게 해놓은 이유는 이곳을 찾는 학생들이 헤매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는 지적학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다루지 않는다. 또 시험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이 보고 공부할 만한 내용이 다양하거나 자세하지 않다.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어설픈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지 질문을 하겠지만 나는 단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본격적으로 관련 시험을 준비하기 전의 학생이나 지적과 대학 리포트 과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눈으로 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만 블로그에 담았다. 사실, 대학 관련 과제에서만큼은 이 블로그의 내용만 참고해도 차고도 넘치는 양이다. 나는 내 후배들이 그 의미 없는 과제들에 시간 낭비 말고 이 블로그를 통해 젊음을 즐기고 하고 싶은, 해야 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다만, 깊은 글들은 아니기에 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습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마우스 드래그는 막아놓았는데,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2. 대학교에서 지적을 전공한다는 것 / 취업
친한 친구의 막냇동생이 지적과를 간다고 하면 머리채를 잡든 엎어 치기를 하든 무조건 말릴 거다. 우선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서의 호환성이 좋지 않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지적과를 졸업하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건 초봉 세전 2000만 원에 12시까지 야근이 허다한 항업, 중소기업들 밖에 없다.
2-1. 한국 국토 정보 공사에 입사한다면?
첫 인턴 3개월을 제외하고 연봉 세후 40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모든 보너스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처음은 좋다. 또박또박 꽂히는 월급에 큰 기업의 일원이 됐다는 소속감, 완벽해 보이는 복리후생까지.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보는 게 많아지고 아는 게 많아지면 보수적이고 고착화된 회사에 회의감을 느끼고 일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그리 큰 금액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입사 전, 보통 우리는 멀끔하게 차려진 유니폼을 입고 측량을 하며 측량'사'로서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은 시골이다. 또 고도화된 도시일수록 수치 지역(도해 지역의 반대)이 많다는 점과 토지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시골로 팔려가듯 떠나간다. 시골 특유의 문화와 회사 분위기, 윗세대의 아집과 악습이 맞물려 갖은 인격 모독에 심하면 부모 욕까지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개인이 회사 생활을 잘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잘못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있다.) 야산을 개처럼 뛰어다니는 본인을 발견할 것이다. 또 아침 6~7시에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최소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회사 문화가 있는데 야근이 없냐? 그것도 아니다. 사실 일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최소 시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거기에 더해 악습을 가지고 있는 회사답게 모든 야근을 부하직원에게 밀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책임 소재 역시 밀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치는 생활이 될 것이다. (사실 근무지를 회사 마음대로 정해버린다는 것 말고는 우리나라 꼰대 기업들의 공통점 문제인 것 같다. 다만, 공기업은 수익 구조가 확실하고 사업이 영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문화 변화의 폭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작은 것도 맞다.) 나는 내 자식에게, 친구의 동생에게, 내 친한 동생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을 거다.
2-2 지적직 공무원이 된다면?
마찬가지로 지옥이다. 한국 국토 정보 공사와는 다르게 현장이 없다 뿐이지 사실 공사에 다니는 것보다 복리후생이나 급여, 환경 면에서 모든 것이 취약하다. 또 서울시를 제외하면 7급 기술직 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9급으로 임용될 것으로 생각하면 야근을 최대한 채워도 월급 200이 안 된다.(할 수 있는 야근 시간이 지자체별로 달라 아주 약간은 차이가 있을 것도 같으나 대부분 이 월급을 넘지 못한다.) 또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 될 거고 책임은 가장 밑의 직원인 당신이 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 월급을 받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2-3 그래서 준비하지 말라고? 꿈의 직장은 없다 하지만 맞는 직장은 있다.
나는 사회로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며 "노동은 평생 동안 해야 하는 거구나."를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더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을 뿐이다. 내가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내 개인적 소회이며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내용과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진로를 택해버린 학생들을 어쩌겠는가? 우물을 파기 시작했으면 한번 끝까지는 파봐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에게는 찰떡같이 잘 맞는 직장일 수도 있다. 내 주변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동료들이 더러 있기도 했었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길 바란다. 어떤 이에게는 길가에 고인 빗물 정도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아시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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